협상의 법칙 주절주절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막상 실행이 되지 않는 가장 어려운 협상의 제 1법칙,
상대방이 원하는 이야기를 하라

모르는 번호로부터의 부재중 전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 번호가 뜬다면 십중팔구는 무슨 행사 기념으로 특별히 우수한 고객님들께만 제공된다는 보험회사의 상품 안내 전화다. “100세까지 상해부터 암보장 모두 되고요 고객니임~”, “관심없어요라는 내 싸늘한 대답에 대해 모르긴 해도 절대 순순히 넘어가면 안된다고 철저히 훈련받으셨을 그들은, 다음 이야기를 잇기 위한 질문들을 꺼낸다. “그런데 직접 운전은 하시나요?” “다른 보험 갖고 계시죠? 어떤 보험 갖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

이에 대한 보통의 내 대답은 제가 꼭 답변을 드려야만 하나요?”의 또 다른 질문.

가끔은 운좋게 여기서 포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보통은 이 단계로는 끝나지 않는다. “관심도 없고, 돈도 없어요. 들고 싶어도 못 하겠다구요. 수고하세요정도는 나와야 하며, 일장 훈계를 늘어놓는 분들도 많다. “아니 요즘 보험 한 두개 씩 없는 사람 없는거 알지요. 몰라서 전화드린게 아니구요…”하고 남의 인생에 감히 훈계를 늘어놓는 분들, 이쯤 되면 나도 슬슬 열이 받는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저는 이렇게 살다 죽을 거에요하고 끊는 거는 그래도 마무리 수고하세요를 덧붙였으니 나름 정중한 버전이다.

한두번은 생면부지의 목소리에게 이런 일로 내 소중한 시간 빼앗겨 가며 훈계 받고 싶지 않아 그냥 종료 버튼을 눌러버린 적도 있는 것 같다. 내 딴에는 욕하지 않고 끊어주는 것을 다행으로 아시기를 바라며 말이다.

이기고 싶은 사람은, 내 말이 아니라 남의 말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의 말을 좀 들어야 한다. 안다, 어렵다는 거. 나도 잘 안된다. 그러면, 말이라도 줄여주면 좋겠다, 부디, 제발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직딩일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에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시인과 촌장의 촉촉하고 애잔한 목소리가 계속 머릿 속을 맴돈다.

 

아무리 마음이 거식하여도 밥심으로, 정신력으로라도 끼니는 챙겨먹었는데, 나이 먹으면서 열을 받으면 당장 밥맛이 뚝 떨어진다. 점심 패스하고 런닝머신만 줄창 뛰다 온 오후, 모처럼 찾아온 화창한 봄날 사무실로 들어오는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점점 노여움만 늘어나 쉬이 혼자 화내고, 그 혼자 화냄이 부끄러워 혼자 우울해지곤 한다.

 

밀어올릴 수록 계속 떨어지도록 되어 있는 시지프스의 바위처럼, 있는 힘껏 스스로를 내던져봤자 작은 오염의 생채기밖에 가할 수 없는 깨진 달걀처럼..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무슨 영화를 보겠자고 말이다.


귀를 기울이면 주절주절

나와 입사동기(?)이신 청소부 이모님이 있다. 10여년전 고등학교 아들의 한달 100여만원 과외비를 벌기 위해 우리 회사 건물 청소를 시작하셨다는데, 그 당시 월급이 45만원이었다고 한다. 평일 밤 9시경, 일요일 오후 커다란 진공청소기로 2,3개 층을 맡아 카펫을 청소해 주시는 그 분의 일이 정확히 어느 정도 고될지 사실 나는 알지 못한다. 막연하게 가끔 우리 엄마 같아서 음료수 한 병 건네고 꼬박꼬박 인사 잘 올리는 것이 내가 베풀 수 있는 친절의 전부일 뿐.

나와의 접점이라고는 야근 중에 잠깐씩 마주치는 눈인사 밖에 없는 그 분에 대해 나는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는 편이다. 처음 출근하여 커다란 진공청소기와 작업복을 지급받고, 왠지 모를 설움에 텅 빈 넓은 사무실 한 구석에 주저앉아 엉엉 우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 화장실에서 혼자 훌쩍이고 계셨던 어느 날엔가는 위암으로 고생하신다는 그 분의 친정아버님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이따금 내가 전혀 관련되지 않거나 내가 들어서 딱히 해결해줄 수 없는 일인데도 한참 화를 내거나 하소연을 하시기 위해 늦은 시간, 혹은 이른 아침 시간 전화로 카톡으로 이야기를 걸어오시는 팀장님들이 몇 분 있으시다. 진심으로, 내가 우리 회사 오너 딸이나 손녀딸, 하다 못해 무슨 사돈의 팔촌이라도 되어 해결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해결되지 않더라도 그룹 오너급 경영진들에게 그분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여과없이 전해드리기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간절히 해본다.

 

후배가 얼마 전, 내가, 사람들에게 방언을 터지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했다. 나 때문에 방언터진 한 동료분 덕분에 졸린 눈 비벼가며 새벽 늦은 시각까지 술자리에 꼿꼿이 앉아있어야 했던 담날의 투정섞인 멘트였다. 그러나, 내가 모두…의 말을 잘 듣는 것은 절대 아니다. 쓸데없이 말만 길고 많은 사람, 옆자리에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의 말은 자동 차단되어 이해는 커녕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마치, 자동 개폐장치처럼 굳게 닫힌다. 그래서 종종 회의시간에 귀닫고 딴짓하다 걸려서 팀장님에게 욕먹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가끔은 귀를 닫아야 나도 산다 ㅋㅋ

 

그리 어려운 일도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그저 귀기울여 들어주고 진심을 담아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혹,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맞다. 어린이부터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신입사원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모두 자기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기를 원한다.

침묵으로도 말을 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다는데, 터진 입보다 활짝 열린 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커피와 직딩들의 아침 직딩일기

클럽에스프레소 홈페이지의 팝업창 문구, “피와 커피는 같은 색깔이다”

나는 사실 커피를 좋아하기는커녕 몇 년전 까지만 해도 커피 한 모금 마시면 어질어질해질 만큼 커피와 관계없는 인간이었다. 심지어, 신혼 무렵에는 집에 시댁 식구들이 오셨을 때도 적당한 물과 커피양을 가늠하지 못하여 몰래 찍어먹어보고 당황해하며 간(?)을 맞출 만큼 그 쪽엔 관심도 애정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제 내 인생에 절대 끊을 수 없는 것들이 두 가지가 되어 버렸다. 술과 커피 ㅋㅋㅋ

핸드드립커피가 맛있다는 곳을 쫓아다니고, 과테말라 안티구아처럼 고집하는 커피종류가 생겼고, 에스프레소 투샷이 아니면 밍밍하고 싱거운 느낌마저 든다. 날이 살살 풀려가니 얼음 동동 띄운 청량한 더치커피 한 모금이 무더위속 냉동잔 맥주만큼이나 간절히 혀끝을 맴돈다.

다행히 아직 드립퍼와 서버 따위 핸드드립을 위한 연장들을 사 모으고, 직접 커피를 볶는다고 나서는 정도까진 이르지 않았지만,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커피에 집착하게 되었나 싶다.

집착은 그 자체로 이미 나의 완패로 승부가 종료된 것이기에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는 일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요즘 나의 인생 화두, 득도 측면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방향이다.

 

여느 때처럼 과다하게 일찍 출근한 아침, 커피를 내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여과지에 원두를 담을 때의 그 달달하고 아찔한 향을 음미해 본다. 커피메이커에서 윤기나는 찰진 쌀밥처럼 잘 뜸들여진 커피향이 뽀글뽀글 하얀 김과 모락모락 뒤섞여 피어오르면, 이 투박하고 메마른 노트북에도 커피향이 베어들 것만 같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제 팀장님이 집에서 놀고 있는 미쿡 커피 한 봉을 데려오셨는데 썩 향이 좋진 않아 과테말라를 조금 섞어 내렸더니 그래도 좀 향이 나는 것 같다. 그렇게 내려놓은 커피를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우리 상무님이 처음으로 한 잔 따라 들고 이른 아침 회의에 들어가셨다. (상무님 입맛에 맞으셔야 할텐데~ 조금 걱정이다) 뒤이어 출근한 팀원들도 아침 인사와 함께 한 명씩 두 명씩 모닝커피를 찾아 발길을 이끈다.

 

평온한 아침 일상의 시작이다.
어제 어떤 일들로 내가 열받아 혼자 모니터 보고 씩씩거리며 중얼중얼 거렸든, 오늘 하루 나에게 어떠한 일들이 예정되어 있든 간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표정관리 직딩일기

너는 거짓말하면 얼굴에 그대로 보여!

순전 나만의 착각이었던지, 나는 내 자신이 포커페이스에 능한줄 알았다. 필요하면 거짓말도 잘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 패를 고스란히 읽히고 있었다. 그래서, 회의시간, 간혹 말없이 있어도 할말 있음 하라는 다그침을 받았던 것이고, 동의한다고 말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점심먹으며 팀장님이 하신 말씀이 사실 내 모습이었나본데, 나만 착각하고 살았다 ㅋㅋ 바보같이

좀더 내공을 쌓아야겠다 포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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