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수립하고 이의 실행을 가능하도록 하는 어렵고도 가슴 떨리는 일을 하게 되었다, 고 생각했는데, PJT 1년을 솔랑솔랑 채워가는 요즘, 자꾸만 드는 생각은 내가 회사를 앞으로 가는 것에 기여하고 있는지 혹은 뒤로 가는 것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다. 경영자가 자신의 Needs와 철학과 방향성을 의심없는 확고함으로 밀어붙이는 가운데 애꿎은 서류만 수백장씩 생겨나고 있다. 그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에 기가 눌린 임원, 팀장들은 아무런 대꾸도 못하고 Yes만을 남발해가며 경영자의 입만 바라보다가 그 입에서 한 두마디가 뱉어지면 성경이 되어 간부들에게 전파되고 가슴에 새겨진다.
조직 전략의 초기 Setting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Noise라고 여기기엔, 기하급수적으로 진화하는 경영자의 이 끔찍하게 폐쇄적인 욕망과 지나친 꼼꼼함이 자꾸만 배를 산으로 몰고만 갈 것 같아서, 일개 사공에 불과한 나 역시, 그저 눈치만 보며 그 펄럭이는 옷자락을 방향타 삼아 노를 저어야 하기에, 일하는 마음이 좋지 않다.
요즘 들어 부쩍 뭔가 잘못되고 있는 꿈을 많이 꾸는 것도 같은 이유일련지. 어젯밤에도, 대학교 시절로 돌아간 교생 실습 대표 수업 자리에서 잘못 작성된 교안으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황급히 놀라거나 수업할 페이지를 찾지 못해 쩔쩔 매는 꿈을 꾸었다. 옆에 삐딱하게 서서 가면을 쓰고 바라보던 담임 교사의 차가운 시선도 생생할 만큼…
화려한 음률로 늘상 용비어천가를 불러재끼고 있는 경영자 측근의 임원들도, 어쩌면 속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이 리더십에, 진심으로 동조하고 있는 건, 설마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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