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vision이란? 오늘을 감내하게 하는 내일의 희망이고, 현재의 가진 것을 내놓게 하는 주술 같은 것! 이것이 나의 vision에 대한 정의다. 최근 회사를 떠난 한 동료의 퇴사 선언일(?) 당일, 평소 아무런 징후 없이 열심히 일 잘하던 사람의 충격 선언으로 패닉에 빠지신 우리 팀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vision’이라는 것에 대해 논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날, “내가 뭘하면 어떻게 하면 팀원들에게 vision을 더 줄 수 있을까?”에 대해 드린 답변은, “팀장님께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ㅋㅋㅋ그건, 우리 팀장님은 지금 하고 계신 것만으로도 내가 지금껏 겪어온 어느 팀장님들보다 팀원들의 vision career에 관심과 고민이 많고, 자신의 능력 있음과 소신있는 행동으로 충분히 몸소 모범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vision이 없어 회사를 떠나는 그 누군가에게는, 현재 상황과 구조가 vision을 주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문제다. 어느 소신있는 개인이나 능력있는 팀장만으로 cover하기 어려운 더 윗단의 근본적인문제.

끝내, 정봉주 의원이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구치소로 수감되었다는 기사를 읽으며, 대한민국의 VISION 부재를 실감한다. 같이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광화문에 나와 분노하는 많은 이들이 아무리 충분히 모범?’이 되고 아직 죽지 않았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하더라도VISION 없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너무 많다.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용렬함에 수치스러워할 줄도 모르고 구속과 탄압을 남발하는 가카와 그 뒤의 구린 세력들부터, 종편 나팔까지 얻어낸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인양 창궐해대는 거대 찌라시 언론사들,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하루의 시작과 함께 신문은 머니머니 해도 그저 좃선이지.. 하고 펼쳐대는 저자의 흔한 어버이들, 오늘 이 시간 가카와 그를 둘러싼 집단의 몰상식하고 천박한 잇권 확보 놀음을 욕하면서도 몇 달쯤 지난 선거일이면 까마귀 고기 쳐드신 듯 까맣게 잊고 그들을 향해 고이 투표권을 선사해 주시는 순박한, 너무도 순박하여 멍청한.. 우리들, 남들 다 있다는 고층 빌딩 하나 없으면서, 몇 억짜리 피부관리 회원권 하나 없는 주제에 자신을 위해 손톱만큼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을 정치 세력들에게 아낌없이 간쓸개 같은 투표권을 헌정하는.. 병신들..

VISION을 위해 싸우는 선후배님들께 가만히 앉아 주둥이만 나불거려 너무 죄송하지만, 대한민국 진짜 VISION없다.


아버지 주절주절

몇 일전 회사 후배가 점심 시간에 훌쩍훌쩍 눈물을 글썽이고 있더랬다. 이미 세상에 나온 지 오래인 싸이의 ‘아버지’ 뮤직비디오를 보고 울컥한 탓이었다. 마침 빔 연결해놓고 마라톤 회의 중이었던 터라 TFT룸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큰 화면으로 같이 내용을 확인했었다. 다른 몇 몇 사람들도 약간 숙연해지는 분위기였고, 그 후배는 다시 보면서도 여전히 뭉클했나 보다. (예전엔) 나름 한 눈물 했던 나는, 그러나, 그 내용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내겐 아버지에 대한 어떠한 뭉클함보다는, 그저 이제는 한없이 늙고 무기력해져만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이따금 치밀어 오르는 분노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두 집 살림을 하셨던 할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로 늘 당신이 평생 도박 한 번, 계집질 한 번 안하고, 술담배로 폐가망신 시킬 일 없이 오로지 가족들만을 위해 살아왔음만을 자랑스러이 여기는 나의 아버지. 누구에게도 차마 설명할 수 없는, 설명하고 싶지도 않은 당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하나밖에 없는 당신의 딸이, 평생 지닌 채 살아왔음은 모르시겠지. 당신으로 인해 내게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또 다른 화석 같은 트라우마를 상상할 수도 없으시겠지, 늘 다른 사람은 그르고 당신이 하는 일은 옳았던 나의 아버지는, 한 때 문학소녀(?)를 꿈꿨던 당신의 딸이, 당신을 주인공 삼아 ‘원죄’라는 제목의 중편소설을 10년쯤 전 신춘문예 따위에 들이밀었다 장렬히 떨어졌음은 절대 짐작 못하시겠지.


거시기 친구 주절주절

카톡으로, 잊고있던 거시기칭구놈한테 연락이 왔다. 당장이라도 약속잡고 야~~이 쉑!!하며 밤을 지새며 살아온 이야기 나누고픈 녀석이지만, 10월 이후로 잠정, 기약없는 약속을 잡곤 말았다. 수시로 뭉텅뭉텅 생기는 출장과 끝도 시작도 없는 야근을 핑계로 당췌 인간관계가 회사 조직도와 일치하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아 정말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아득함의 느낌 주절주절

불현듯 '아득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작년 한 해, 죽자 고생한 내용들이 늘 시궁창에서 뒤엉키는 듯만 하다가 여러가지 상황들이 최근 급변한 요즘, 다시 한 번 죽자 덤비면 나오겠지 하는 맘으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한동안을 살고 있다.

왕성한 입맛과 식욕, 아무데서나 머리만 기대면 순식간에 잠들어 버릴 수 있는 절대 수면 등 내 가장 소중한 두 가지 능력과 취미가 어느 순간 일거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하여 나의 끼니는 식구들과 주변인들의 시선에 시달리며 죽지 않기 위해 버티는 밥 몇 숟갈과 카페라떼가 되었고, 다음 날 이른 시각이 되어야 퇴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네 시가 되면 귀신처럼 벌떡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거나 (그 이른 시간에도 불구하고) 회사로 뛰쳐나간다. 누군가, 작심하고 요즘 나의 근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면 미쳤구나 하고 깜짝 놀랄 일이다.

그만큼 뭔가 잘해보고 싶다는, 정말 많이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과하리만큼 충만하며, 망가져가는 몸 상태와는 달리 마음만은 행복하다고 분명히 여기고 있는데, 그런데 그렇게 똥오줌 못 가리는 시간들에 한 번씩 느껴지는 이 아득함...

가끔씩 기억은 나지 않지만 왠지 내가 알고 있을 것만 같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너 뭐하니?'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살진 말자고, 그렇게 수차례 다짐했는데, 내 욕심에 겨워 그저 다 잊고 산다.
죄송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도, 30년전 광주도, 절대 잊지 않고 살자고 했던 약속들까지 까마득하게 그저 잊고만 산다.

어른과 아이, 바라보는 관점의 근본적인 차이 생각하는 육아

공룡에 부쩍 관심과 놀라울 만큼의 학습열의를 보이는 수달을 위해, 모처럼 출장도 출근도 없던 주말, 서대문 자연사박물관을 찾았다. 둘째 녀석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날씨도 그렇고 무엇보다 지 몸하나 못 가누는 주제에 절대 유모차 또한 타지 않으려 하는 놈의 못 말리는 뚝심때문에 도저히, 과체중 아기를 들춰매고 박물관을 오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연사박물관엔 생각만큼 아이들이 많았고, 미리 블로그 등에서 보고 갔던 공룡 화석들과 모형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수달이 그곳에서 관심을 보인 건 그 많은 전시물과는 상관없이 오직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3층 한 구석의 공룡공원과 박물관 밖의 공룡미끄럼틀~
공룡공원엔, 목이 긴 브라키오사우루스(..하..길다 ㅠ.ㅠ)와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과 공룡알처럼 생긴 휴식 의자 두 개와 몇 개의 휴식의자가 전부이지만, 수달 말고 다른 또래 녀석들도 그 곳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듯 했다. 

그런데, 햇살이 좋아 휴식 의자에 앉아 뜬금없이 박완규의 '비밀'을 옴냐로 들으며 참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아이들은, 연령과 상태(?)를 막론하고 어지간한 녀석들은 대부분 공룡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준다. 수달만 해도 공룡은 그저 티라노사우루스만 있는 줄 알았던 엄마와는 달리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을 엄격히 구분하고 그것들의 (그 어려운) 이름과 특징(..스테코사우루스는 뿔이 온 몸에 18개가 달려있고, 꼬리 부분에도 세 개의 뾰족한 뿔이 있다는 식의..)까지를 나열하는 탓에 이를 검증할 수준조차 되지 않는 나는 그저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그리고, 오늘 지켜본 결과 대부분의 또래 아이들은 수달처럼 공룡의 이름과 특징에 대해 매우 박식했다. 

그에 비해, 공룡은 그저 공룡이었을 뿐인 어른들의 반응은, '와, 브라키오사우루스다!'하고 엄마/아빠 손을 잡고 달려오는 아이들의 구체성에도 불구하고, '와, 둘리 엄마네!'라는 식이 여럿이었다. ㅋ.. 이쯤 되면 또 세대가 다른 지라 아이들은 대부분 몇 번 물어보다 짜증을 내더라. '둘리? 아 그게 뭐야!' 

아이들과 어른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참으로 다른 것 같다. 예전엔 어른들이 보지 못한 내용을 수달이 보거나 기억할 때면 욘석은 어쩜 이리 detail에 강할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요즘 detail 심하게 강한 경영진 밑에서 헐떡이는 주중의 일상들이 떠올라 순간 식겁해지기도 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그저 '관점의 차이'인 것이다. 어른들이 중요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들과 아이들의 그것이 판이하게 다른 것.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괜히 아이를 천재로 만들 수도, 둔재임에 절망할 수도 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1 2 3 4 5 6 7 8 9 10 다음